2025년 10월 2일 저녁, 최인아 책방에서 열린 북토크에 다녀왔다.
최인아 책방은 매달 여러 분야의 저자를 모시고 북토크를 열어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수혜자 중 한 사람인 나.
이번에는 오래 전에 만나지 못 했던(첫 번째 출간 당시 북토크 참석을 하고 싶었지만 못 했었음ㅠ) 크리스 채의 북토크에 다녀오게 되었다.

‘위험한 인생책’의 시작점
『위험한 인생책』은 크리스 채(Christiana Chae) 가 쓴 두 번째 책으로,
메타(Meta)에서 디자인 리더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퓨리오사AI에서 브랜드와 커뮤니케이션을 이끌고 있는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에세이다.

전작인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가 일의 방식과 조직문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책은 ‘진짜 나답게 살아가는 법’,
일, 관계, 라이프스타일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자기 탐구서에 가깝다.
책의 도입부에서 저자는 『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죽음 앞에서 후회하는 다섯 가지) 라는 책을 언급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남긴 후회인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 “내 감정을 더 표현하지 못했다”,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았다”
등의 메시지가 그녀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진실된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신이 걸어온 커리어와 선택의 궤적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안전하게만 살다 보면 결국 내 삶이 사라진다”는 자각은 『위험한 인생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도전을 권하는 글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스스로 묻고 재정의하려는 한 인간의 내면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책 제목에 담긴 의도
책 제목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생은 위험하다.
시도한 것도 위험하고, 위험하니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도 위험하다.
그러니 전체를 보자면 위험한 인생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정한 책 제목은 출판사 대표님이 제안하신 것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가안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라며 '바라던대로 살고 있는가'를 말하는 순간
아~하는 관객들의 속마음이 밖으로 동시에 튀어 나오기도 했다.
여러 가지 가안을 두고 정했을 책 제목도
위험한 인생의 일부가 아닐까 싶다.
<출판사에 대한 에피소드>
크리스 채가 저작한 2권의 출판사는 각각 다르지만, 편집자는 같다.
질의 응답 시간에 만나게 된 편집장님이 큰 출판사에서 일할 때 1권, 출판사를 나와 독립 출판사를 차리고 난 후에 1권.
그렇게 2권의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편집장님을 잠깐 뵈었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말씀도 너무 잘 하시고 재미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시간이 더 허락했다면, 다른 기회가 있다면,
출판사 대표님과 크리스 채와의 이야기를 듣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 그리고 ‘공백기’라는 위험을 선택하는 용기
북토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공백기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 또한 지금 의도치 않은 공백기를 보내고 있다.
권고사직 대상자라는 사실을 듣기 바로 1분 전까지도,
나는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만을 향해 오늘 주어진 할당량을 최대한 빠르게 끝내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메신저를 통해 회의실로 오라는 팀장의 말에 단순히 일의 우산 순위가 바뀐 걸 공유하는 일이라 가볍게 생각했기에,
회의실에서 들은 말은 나의 생활을 심하게 흔들어 놓았었다.
그렇게 나늠 의도하지 않은 공백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크리스 채는 자신의 인생의 전환점이 20대 후반에 겪은 갑작스러운 해고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그녀에게 처음에는 원치 않는 멈춤을 선택하게 했고,
1년간의 안식년(year-off)을 보내며 그간 마음속에만 있던 일들을 하나씩 실행해 보았다고 한다.
(유럽 여행하기, 가족과 시간 보내기, 스몰 비즈니스 시도, 글쓰기 등)
그리고 이 공백이 단순한 경력 단절이 아니라
오히려 이후의 삶을 재설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일이 곧 나 자신이었다고 믿었던 시기에는 일의 불확실성이 곧 존재의 위기였지만,
공백기를 겪으며 깨달은 것은
'일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나는 여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고.
스스로에게
'바라던 대로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때마다 방향이 바뀌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토크에서도 크리스 채는 “시도하는 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도 모두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공백기의 의미를 ‘위험 회피가 아니라 재정비와 자기 탐색의 시간’으로 재정의하자고 권했다.
‘내면의 아이’를 다시 만나다 – 나답게 일하며 사는 법
북토크 중에 전한 또 하나의 인상 깊은 이야기는 메타에서 받았던 교육 중 ‘내면의 아이(inner child)’를 마주하는 과정이었다.
당신의 강점은? 이라는 질문에 '내가 잘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던 찰나,
“당신의 강점은 당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라는 말이 크리스 채에게 큰 전환점을 주었다고 한다.
어릴 적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일
그게 바로 우리가 가장 ‘자기답게’ 몰입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나답게 일하며 산다는 건, 결국 나를 이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이들이 일을 바꾸거나 환경을 바꾸려 하지만,
실제로는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지 않으면 고통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북토크 현장에서는 “고통은 우리에게 변화의 신호를 보내는 메신저다”라는 말에 깊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는 단순히 직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구조를 자신답게 설계하는 용기의 문제였다.
그렇게 우리는 4개의 질문에 30초씩 스스로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1. 최근 사고나 상처 없이도 몸이 아팠던 때를 떠올려보자.
그때 라이프스타일이나 일의 형태는 어땠는가?
있었다.
방학이 되거나, 프로젝트가 하나씩 끝나면 여지없이 몸살이 찾아왔다.
나의 몸과 정신은 온통 일에 집중되어 있었고, 그 일의 해결점을 찾을 때까지 예민했다. 라이프스타일? 집-직장-집-직장의 반복이었으며,일의 형태? 스토리텔링을 기반한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이었고, 학기와 같이 진행되었으므로 6개월 단위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팀 프로젝트로 진행되었고 기한이 정해져 있었기에, 마감 기한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나로 인해 일정이 밀리면 안 된다는 부담감을 동시에 가지고 일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정을 관리하여 팀원들에게 공유했고, 이로 인해 다른 팀원들도 동시에 압박감(?)을 느꼈다는 후일담도 뒤늦게 들었었다.
2. 어릴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것들이 무엇인가?
그 활동 중 어떤 점이 그렇게 즐거웠는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친구들과 놀 던 기억.
어릴 때 시골 동네에 살았고,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 학원이나 문화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향했고, 숙제를 한 후엔 어린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몸으로 뛰어 다니며 노는 것 뿐이었다. 저녁을 먹으러 들어오라는 소리를 외면한 채,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질 때까지 놀았던 기억.
3. 다시 태어난다면 난 지금 무슨 일을 하며 살고 있을까?
다시 태어난다면?
무슨 일까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내가 드는 생각은
외국 문화를 겪게 해서, 내 안에 그 문화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1년 간 프랑스에 머문 적이 있다. 나의 첫 유럽 여행.
그 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 방식과 생각이 너무 부러웠다.
그것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아니 거의 존재하지 않는 그 나라의 사회 문화라고 생각했다.
북토크를 듣는 도중에 저자에게서도 그런 부분이 느껴졌다.
공백기에 도전했던 일들을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할 수 있었을까? 순수한 커뮤니티가 형성되었을까?
다시 태어난다면, 여러 나라의 사회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공백기가 생길 기회가 생긴다면(?) 외국에서 헤쳐나가고 싶다.
4. 최근 부러움을 느꼈던 사람 세 명은?
스티브 잡스: 자신감과 설득력, 실행력 등을 포함한 리더쉽을 가진 사람
의사와 물리 치료사: 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사람. (최근에 병원을 다녔기에...)
질문으로 스스로를 다시 세우기 – What if _
크리스 채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질문들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다시 길 위로 세워주는 힘이 된다고 했다.
메타라는 직장을 선택하고 그 곳에서 일할 때의 마음가짐,
최근 회사를 선택할 때의 마음가짐,
그리고 앞으로 무언가(회사?)를 선택하게 된다면 그때 가지게 될 마음가짐,
모두 질문을 통해서 스스로 얻게 된 크리스 채만의 신념이 생긴 것 같아 보였다.
그녀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그들의 삶의 태도, 대화의 품격, 그리고 느긋한 호흡이 부러웠다고 했다.
크리스 채는 그 곳에서 매주 한 주제를 정해 연사를 초대하고, 커피를 마시며 삶에 대해 깊이 대화하는 ‘단체’를 만들어 운영했다고 한다.
그때 초대했던 연사들을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나왔다고 한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
크리스 채는 그런 사람들에게 끌리는 것을 그때 알았다고 했다.
나도 북토크를 신청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에 하나이다.
저자는 어떻게 저런 생각(일)을 하게 되었을까? 저 사람의 신념은 무엇일까?
책의 내용이 현재 내 관심사와 맞닿아 있으면서, 궁금한 사람.
그 사람들의 공통점이 하나같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 북토크를 신청하고, 참석해서 직접 목소리로 생각을 듣는 것이다.
북토크를 마치며
북토크가 끝난 후, 공간을 가득 채운 건 조용한 여운이었다.
‘위험한 인생’이라는 제목은 거창한 모험담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솔직히 마주하는 일상의 용기를 뜻했다.
크리스 채는 나에게
인생의 가장 큰 위험은, 나답게 살지 못하는 것
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삶(인생)은 무엇인가?
그것을 위해서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최인아 책방의 따뜻한 조명 아래, 잠시 멈춰 서서 내게 한 질문.
인생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그 불확실함 속에서도 ‘나답게 살겠다는 결심’이야말로
우리가 감히 감수해야 할 가장 아름다운 위험이라는 사실이
북토크가 내게 남긴 가장 큰 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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