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살아가는 일이 이렇게도 버거울 수 있구나.’
하는 걸 문득 깨닫는 순간이 있다.
어떤 일은 보고 듣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지만,
그렇지 못한 일들을 혼자 마주할 때면 막막함이 밀려온다.
문제 상황에 익숙하면 나도 모르게 대처가 되지만,
처음 겪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특히 내겐 병원이 그렇다.
‘아플 때만 가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병원이라는 공간은
낯설고도 두려움 걱정으로 인한 위압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병원에 단순히 진료를 받으러 갔었던 어느 날이었다.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에 속으로는 긴장이 되었지만
‘설마 무슨 큰일이 있겠어?’
라는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간 곳에서
의사는 내게 처음 들어보는 의학 용어를 이야기하며 담담하게 수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 무표정한 얼굴과 낯선 단어들이,
내 안의 불안과 공포를 한층 키워 놓았다.
그 말들을 듣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이 하얘지는 경험을 했다.
마치 사고가 멈춘 듯 이성적인 판단이 사라지고,
머릿속에는 아무 말도 남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고,
옆에는 휠체어가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은 웃음으로 꺼낼 수 있는 에피소드지만,
그 순간은 정말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순간이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고 그만큼의 경험이 쌓였다고 생각했지만,
낯선 상황 앞에서는 다시 어린아이처럼 당황한다.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비문명인처럼 느끼게 만들고,
스스로를 무력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에 자연스럽게 체득했다면 나았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주변의 또래들은 다 경험했기에 나보다 대처가 가능한건가?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무엇이 지금의 내가 된 것인지 궁금하다.
그러나 이런 당혹과 무력감은 결코 나약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신호이고,
스스로를 점검할 기회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또 배우고,
조금씩 더 단단해진다.
혼자라는 감정은 외로움과 거의 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조금만 바라보면 다르게 읽힌다.
혼자라는 건 누군가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돌보고 배워나갈 기회를 스스로에게 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낯선 경험 앞에서 당황했지만,
그 경험이 남긴 자리에 무엇을 배울지 생각해 본다.
혼자라는 불안에 눌릴 때마다,
나는 다시 배우는 사람으로 서 있음을 기억하려 한다.
혼자 살아간다는 건,
결국 나를 계속 새로 배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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