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은 책상 위에 약 2봉지를 꺼내놓는 걸로 시작했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고 받아 온 약은 총 2주치 분이다.
매일 아침마다 상자에서 하루치 약 봉지를 꺼내는 요즘,
달력을 보지 않아도 날짜가 흐르는 것을 체감한다.
오늘은 몇월 몇일이고 무슨 요일인지, 주말이 시작되었다가 끝나고 다시 월요일이 시작되는 걸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상자에 담긴 약 봉지가 사라지는 속도로 시간의 모양을 세고 있다.
아침에 책상 위에 올려 놓을 약 봉지가 없는 날이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이다.
2주가 지났다는 의미이다.
오늘이 그 날이었다.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대기 공간에서 진료를 하기 전에 여쭤 볼 말을 메모해 두었다.
약은 식후 30분 후에 먹으라고 써 있고, 약국에서는 30분 이내에 먹으라던데 정확히 어떻게 먹는 게 가장 효과가 좋은 건지,
약을 먹으면서 영양제나 건강 보조제를 같이 먹어도 되는 건지, 먹으면 안 되는 건 무엇이 있는지,
최근에 약을 먹고 바로 가볍게 러닝을 했는데 속이 매스껍고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는 걸 경험했는데 이런 경우도 있는 건지... 등

의사와 이야기하며 나눈 결론은
약은 밥 먹고 아무 때나 잊지 않고 챙겨 먹는 게 중요하구나,
약 먹고 바로 운동했을 때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바로 운동을 하지 않아야 하는구나,
염증이 있는 상태에서 열을 내는 보조제(예: 홍삼)는 먹지 않아야 하는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오늘 약 처방서를 들고 약국에 갔을 때도 약 먹느라 졸립고 힘들진 않느냐고 하는 말에
그 만큼 내가 먹는 약이 독한 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 진료는
수치로 판단된 것이 아닌
나의 ‘괜찮아진 것 같다’는 말로
내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는 의사의 판단을 듣는 시간이었다.
의사는 내게 약을 잊지 않고 잘 챙겨 먹었으니
하루 2봉이던 약을 1봉으로 줄여보자는 제안을 해주셨다.
그러다가 호전되면 약을 아예 끊는 방향으로 가보자고.
도수 치료를 통해 운동 방법을 배우고,
더 호전되면 운동만으로 체력을 회복할 수 있게 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운동은 시작하되,
점차 늘려가다 무리가 된다 느껴지면 가벼운 운동으로 다시 되돌리라고도 했다.
몸이 나아진다는 것이
나의 모든 게 나아지고 있다는 말로 들렸다.
내게 두려움과 걱정으로 가득했던 병원을 나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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