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복판에서 ‘1유로’의 가능성을 마주하다
유럽의 오래된 마을에서는 낡은 건물을 단돈 1유로에 매입해 새롭게 되살리는 ‘1유로 프로젝트’가 도시재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네덜란드에서 도시건축을 전공한 최상욱님이 기획을 하고,
성동구 송정동에 방치되어 있던 폐건물을 리모델링해서 3년간 임대료를 저렴하게 받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코끼리 빌라라고도 불리는 이 건물은
이번 행사 이전에도 와 봤던 곳이다.
그때와는 조금은 변화된 모습과 브랜드들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 취지는 한결같았다.
- 좋은 사람은 라이프스타일이 좋아야 하고,
-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샵을 선정하되,
- 지역 활성화와 상생을 지향하며 사람들과의 인터렉션이 가능해야 한다.

40년 된 폐건물이 제로웨이스트 철학을 담은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첫눈에 보인 건 세련된 외관보다 ‘함께 바꿔가자’는 메시지였다.

낡은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은 사람들의 손길과, 지역과 공존하려는 의지가 곳곳에 배어 있었다.
도시의 낡은 껍질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한다는 건 언제나 설레는 경험이다.
북성수의 1유로 프로젝트는
올해 11월 30일을 기준으로 잠시 쉬어간다고 한다.
11월 22일부터 30일까지 행사를 진행한다고 하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 번 들러보길 권한다.
@1_euro_projects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로 초대받다
이번에 참여한 행사는
1유로 프로젝트 도슨트 - 더 나은 지구를 위한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이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인액터스 코코솝과 제로웨이스트 상점 베러얼스가 함께 주최한 이 프로그램은 11월 6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됐다.
10명 내외의 소규모 참가자들이 모여,
오리엔테이션 후 도슨트 투어, 질의응답, 체험 활동으로 이어졌다.
시작부터 끝까지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환경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제로웨이스트를 단순한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삶의 태도’로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상업적 목적이 아닌,
지역과 사람을 잇는 실험이라는 점이 신선했다.
폐건물에서 커뮤니티 허브로의 변신
도슨트 투어는 ‘1유로 프로젝트’ 건물의 변신 과정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예전엔 방치된 창고였던 이곳이 지금은 제로웨이스트 상점, 카페, 공방, 전시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건물의 흔적을 그대로 살린 벽면과 천장은 ‘재생’이라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지금 건물은 정돈되어 있어
이전에 폐건물이어서 지역의 비행 청소년들이 이용하던 공간이라는 이야기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이다.

그만큼 여러 사람들의 노력들이 모여서
건물에 입점한 사람들의 모습만큼
건물도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도슨트의 설명에 따르면,
건물의 각 공간을 저렴하게 1유로에 임대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여러 브랜드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각 층마다, 각 공간마다 입주한 브랜드들의 지속 가능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흥미로웠다.


















구조물은 그대로 두었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관계와 가치가 쌓이고 있었다.
공간이 바뀌면 사람의 생각도 달라진다는 말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지속 가능한 일상의 질문들
투어 후 이어진 Q&A 시간은 생각보다 깊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마주한 현실적인 어려움,
소비를 줄이면서도 삶의 만족도를 유지하는 방법 등 다양한 주제가 오갔다.
도슨트는 “모든 쓰레기를 다 없앨 수는 없으므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한 번 더 생각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실천하려는 의식 자체가 이미 변화를 만든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나 역시 ‘제로웨이스트는 불편함의 상징이 아니라,
가치 있는 불편함을 선택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일상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갈 용기를 얻었다.
버려지는 자원의 두 번째 이야기
마지막 순서는 양말목 키링 만들기였다.
평소 버려지는 양말목을 활용해 키링을 제작하는 업사이클링 활동이었다.

낡고 잘려나간 고무줄이 예쁜 장식으로 변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니 신기했다.
단순한 공예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버리는 것들의 ‘두 번째 인생’을 상상해보는 순간이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키링을 만들며 서로의 디자인을 칭찬하고 웃음을 나눴다.
손끝으로 느낀 제로웨이스트의 감각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 ‘창의적 순환’의 의미를 전했다.
작은 조각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 조각들이 모이면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작은 실천이 만들어 내는 변화
행사를 마치고 나오며 문득 뒤를 돌아봤다.
낡은 건물의 외벽 너머로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그 빛은 단순한 조명보다 훨씬 깊은 의미를 품고 있었다.
1유로 프로젝트는 건물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생각을 바꾸는 실험이었다.
돈이 아닌 의지로 지속 가능성을 증명하는 공간.
프로젝트를 제안한 사람도, 제안받은 사람도 모두 사고가 트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번 도슨트는 나에게 지속 가능한 일상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 플라스틱 하나 덜 쓰기
- 물건 하나 오래 쓰기
- 불필요한 소비 줄이기
- 일회용품 거절하기 등
그렇게 작고 꾸준한 실천이 모여,
작게 나마 지구의 지속성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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