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잡지클럽을 경기도서관에서 만나다
경기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에디터 원데이 클래스 2회차에 참여했다.
이번 강연의 진행자는 ‘종이잡지클럽’을 운영하는 김민성 대표였다.
수백 종의 종이 잡지를 큐레이션하고, 잡지를 매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여는 공간의 운영자답게,
이날 수업의 주제도 종이와 인쇄물, 그리고 작은 잡지 형식의 매체인 ‘zine(진)’이었다.
이번 강의는 3개의 테이블을 하나로 붙인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강의가 시작되기 직전, 각 테이블마다 여러 종류의 잡지, 가위, 풀, 색종이, 크레파스, 펜 등이 올려졌다.

평소라면 그저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마무리했을 자리에서, 이날 나는 실제로 손을 움직여 하나의 작은 인쇄물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지난 시간에 시작 시간에 거의 맞춰 도서관 강의실에 도착했더니 앉을 자리에 제한이 있었다.
이번에는 일찍 자리잡고 앉아 있으려고 서둘러 집에서 출발했는데,
담당 직원이 강의실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강연자와 일찍 도착한 다른 수강생들이 모두 강의실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겼다.
시작 직전에 들어가긴 했지만, 밖에서 서서 기다리고 있는 불편함을 겪어야만 했던 건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건 미리 체크해줬으면 좋겠다.
종이잡지클럽(The Magazine Club)이란?
종이잡지클럽은
400여 종의 국내외 잡지를 열람할 수 있는 잡지 전문 독서 공간이면서 커뮤니티 살롱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서교동 쪽과 제주점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점 위치 & 기본 정보
종이잡지클럽은 회원제와 일일 이용이 함께 운영되는 잡지 독서 공간이다.
정기 회원으로 등록하면 일정 기간 동안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비치된 잡지와 스크랩북을 마음껏 볼 수 있고,
그날만 잠시 들르는 사람도 일일 이용료를 내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단골처럼 자주 찾는 사람과, 한 번쯤 종이 잡지를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열려 있는 구조이다.
이곳에 모여 있는 잡지의 스펙트럼도 상당히 넓다.
예술, 철학, 과학, 동물, 사회·정치, 요리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잡지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고,
우리가 이름을 들어본 해외 잡지부터 국내에서 발행되는 독립잡지까지 두루 비치되어 있다.
특정 분야에만 치우쳐 있기보다는,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잡지를 발견할 수 있도록 구성된 느낌이다.
공간의 정체성 역시 분명하다.
종이잡지클럽은 웹이나 디지털 화면으로 읽는 콘텐츠보다,
종이 위에 인쇄된 텍스트와 사진, 레이아웃과 편집의 질감을 온몸으로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이런 시대에 종이잡지를 읽는다는 건 좀 촌스럽긴 하지만 해볼 만한 일”이라는 문구처럼,
다소 비효율적이고 느릴지라도 종이를 넘기고, 페이지를 넘나들며 읽는 경험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이 안에서 운영진은 단순히 잡지만 꽂아두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제와 취향에 따라 잡지를 직접 큐레이션하며 방문자들이 새로운 잡지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처음 접한 진(zine)이라는 매체
수업의 시작은 ‘진’이라는 매체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김민성 대표는 먼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잡지(magazine)’와 ‘진(zine)’을 나누어 설명했다.
상업 잡지가 여러 사람의 기획과 자본, 유통 구조를 통해 만들어지는 매체라면,
진은 그보다 훨씬 더 작고 개인적인 단위에서 만들어지는, 일종의 ‘마이크로 매거진’에 가깝다고 했다.
뉴욕이나 일본에서는 이런 진 문화가 꽤 활성화되어 있다고 했다.
동네 서점에 가면 아티스트나 창작자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만든 작은 진이 놓여 있고,
스크랩이나 콜라주, 짧은 글과 사진을 엮어 한 권의 창작물처럼 꾸며 판매하기도 한다고 했다.
유명 영화감독인 웨스 앤더슨이나 짐 자무시처럼 자기만의 세계관이 뚜렷한 창작자들 역시 자신만의 진을 만들어 독립 서점에 선보이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김민성 대표의 말을 정리하자면,
진은 거창한 출판물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생각을 아주 작은 단위로,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본다는 데 의미가 있는 매체였다.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를 zine으로 만드는 2시간
설명이 끝난 뒤, 본격적인 실습이 시작되었다.
이날 우리가 받은 미션은 단순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를 소개하는 zine 한 권 만들기”
1시간 동안 만들어야 하니,
‘완성도’보다는 ‘나만의 방식’으로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손에 종이 2장과 잡지 1권을 들고 나니, 그 단순한 과제가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엔 내가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그 작품의 무엇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지,
어떤 이미지를 잘라 붙이면 좋을지를 고민하며 잡지를 넘겨보기 시작했다.
같은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은 잡지를 넘겨가며 바로 자르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에 조급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건 ‘인사이드 아웃‘
4페이지로 서사를 구성하기로 생각한 뒤,
마음에 드는 단어와 이미지를 찾아 자르기 시작했다.
“지금 이 페이지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하지?”라는 생각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조급한 마음을 붙잡고, 종이 위에 잡지를 자르고 붙이기 시작했다.
페이지가 비어 보이는 공간을 채우기 위해 다른 잡지도 훑어보며 필요한 이미지를 찾아보고 자르고 붙이기를 반복했다.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고, 결국 페이지에 여러 요소들이 아닌 하나의 잡지 이미지를 넣어버리는 등 너무 단순한 결과물이 만들어졌다.

시간이 부족해서 만들기 수업은 15분이 더 연장되었고,
마지막에는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 자신이 만든 zine을 소개하는 발표 시간이 이어졌다.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기는 어려웠지만,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가 고스란히 담긴 작은 진들이 하나둘씩 책상 위에 올라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완성도는 아쉬웠지만, 내 생각을 꺼내 본 시간
1시간 안에 구상부터 구성, 오리고 붙이는 작업까지 마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페이지마다 어떤 내용을 넣을지 고민하다 보면 시간이 모자랐고, 이미지와 글의 균형도 마음처럼 딱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페이지에 글도 함께 적어 놓았는데, 나는 이미지로만 페이지를 구성했다는 게 너무 아쉽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완성한 zine을 바라보면서 “퀄리티 있는 완성본”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딘가 미완성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뿌듯했다.
평소라면 머릿속으로만 떠올리고 지나갔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날만큼은 종이 위에 꺼내어 놓고, 손으로 만지고, 한 페이지씩 자리를 잡아주는 작업을 했다.
글로 정리하려고 하면 어렵게 느껴졌던 생각들이, 오리고 붙이는 단순한 동작을 따라가다 보니 조금씩 형태를 갖추는 느낌이었다.
거기에 발표까지…
작품을 선택하고 장면을 고르고 문장을 붙여 나가는 과정은 곧
“나는 어떤 포인트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를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어떻게 요약할지, 어떤 문장을 앞에 둘지, 어떤 이미지를 메인으로 삼을지를 선택할 때마다,
내 안의 기준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 같았다.
나만의 언어를 찾는 연습, 그리고 남은 여운
모든 사람들의 발표가 끝난 뒤, 김민성 대표는 오늘의 활동을 이렇게 정리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걸 나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오늘 만든 zine 한 권은 어쩌면 매우 소소하고, 어딘가 서툴러 보이는 결과물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 취향을 더 정확히 알아가기 위한 흔적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작은 시도를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천천히 규정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늘 만든 zine이 단순한 종이 작업이 아니라,
나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작은 조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방 속 zine을 다시 꺼내 보았다.
서툴게 잘린 모서리, 조금 삐뚤어진 레이아웃, 여백이 많이 남은 페이지들까지도 모두 포함해서,
이것은 분명 지금의 나를 닮은 작은 결과물이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 다시 펼쳐 보았을 때,
오늘의 나는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으로 남아 있을지,
또 그 사이에 나의 언어는 얼마나 더 또렷해져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번 경기도서관 에디터 클래스에서의 경험 덕분에
종이잡지클럽이라는 공간과 zine이라는 매체를 조금은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
중요한 것은 내 취향을 발견하고 나만의 언어로 표현해 보는 연습 자체라는 것을 몸으로 느껴 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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